카테고리 없음 / / 2022. 12. 7. 17:33

위메이드 위믹스 사태 정리

위믹스
위믹스

위메이드의 운명을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위믹스 상장폐지 결정이 오늘 이루어집니다. 관련하여 위믹스 사태가 어떻게 촉발되었는지, 무엇이 쟁점인지 정리합니다.

 

위메이드, 위믹스, P2E

위믹스(WEMIX)는 게임회사인 위메이드가 발행한 가상자산(암호화폐)입니다. 게임 유저간에 아이템이나 캐릭터 등을 사고 파는 목적으로 사용되는 게임 전용 화폐인 셈이죠. 게임업계에서 이러한 암호화폐가 활성화되기 이전엔 게임머니나 아이템 거래가 암시장처럼 운영이 됐었습니다. 아이템베이 같은 중개플랫폼을 통해 현금으로 거래하는 것이었죠. 이런 식의 거래는 엄연히 불법이었기에 거래자 모두 범법자가 되는 셈이지만, 다른 한편으론 그 법의 적용 범위가 모호하다는 큰 단점이 있었습니다. 이런 와중에 2018년경 P2E (Play to Earn, 게임하면서 돈 벌기) 개념이 구세주처럼 등장합니다. 암호화폐의 보안성, 자산성을 게임에 접목한다면 게임 속 재화 거래는 물론 게임 밖에서의 거래도 가능해지는 부분을 게임업계에서 주목한 겁니다. 국내 주요 게임사들은 앞다투어 코인을 발행하기 시작했죠. 넷마블의 MBX, 컴투스홀딩스의 XPLA, 네오위즈의 네오핀, 카카오게임즈의 보라 등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이들 중 위메이드가 선두에 서서 2019년부터 블록체인 플랫폼 사업에 진출하고 2021년에 위믹스를 만들게 됩니다. 2020년 출시한 미르4의 성과가 좋자 위메이드는 여기에 위믹스를 얹어 미르4 글로벌을 출시하며, 위믹스를 게임화폐로 사용하는 위믹스 중심의 생태계를 만들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갑니다. 작년 10월 블록체인 자회사 위메이드트리를 합병하고 위믹스 토큰을 메티버스의 기축통화로 만들겠다고 선언하는 등 위믹스 마케팅에 힘을 주기 시작했고, 때마침 전세계적으로 분 P2E 바람으로 작년 8월부터 11월까지 3달 동안 위메이드의 주가가 8배나 상승하게 됩니다. 위믹스 시세 또한 3만원까지 치고 오릅니다 (현재 900원 안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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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믹스

 

위믹스 사태의 (어찌보면) 시작점 - 대량매도 사건

올해 1월 위믹스 '대량 매도' 사건이 발생합니다. 2021년에 위메이드가 보유하던 위믹스를 공시없이 대량 처분했는데, 이 사실이 투자자들의 데이터 분석에 의해서 알려지게 된 것입니다. 매각 규모가 5000만개(약 4000억원) 규모로 추정되면서 위믹스와 위메이드 모두 시세가 급락하게 됩니다. 당시 위메이드가 선데이토즈를 1367억원에 인수했고, 빗썸의 주주사 비덴트 지분 취득에 800억원을 투자했는데 이 자금들은 모두 위믹스 대량매도를 통해 확보한 것으로 추측되고 있습니다. 논란이 거세지자 지난 1월 장현국 대표가 인터뷰를 통해 이를 해명했는데 “위믹스를 매도한 금액으로 위믹스 생태계에 도움을 주려는 것으로, 이미 이런 계획을 백서를 통해 밝혔다”라고 주장합니다. 한 마디로 '나는 공유했으나 너네가 몰랐을 뿐'.
주식시장의 경우 대주주가 주식을 대량 매매할 때 이를 공시하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코인 시장에서는 공시 의무에 대한 특별한 규제가 없습니다. 위메이드는 백서에 10억개 위믹스 중 74%를 '성장지원'에 쓰기로 명시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투자자들 입장에선 위메이드가 법적 규제가 없다는 점을 악용해 심각한 도덕적해이를 저지른 것이라고 밖에는 생각이 안되는거죠. 이후에 위메이드는 위믹스 소각 등을 통해 피해를 보상하겠다며 투자자 진정에 나섰지만, 이를 통해 소각된 위메이드 보유물량 위믹스는 약 2000만개(약 1300억원) 규모에 불과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게 일반적인 평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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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믹스

 

위믹스 사태의 근본적 이유 - 유통량 오류

지난 5월 위메이드는 위믹스3.0을 추진하기로 합니다. 기존의 클레이튼 생태계를 탈퇴해 자체 메인넷 (블록체인 플랫폼)을 만든다는 것이 주요 내용입니다. 문제는 이 새로운 플랫폼에 유동성을 공급한 과정입니다. 생태계 구축이라는 명목으로 위메이드는 위믹스 유통량을 매달 약 1000만개씩 늘리는 계획을 세웁니다. 하지만 이 공급량을 초과하는 화폐가 유통되게 되면서 문제가 생깁니다. 위믹스가 지난 7월에 제출한 거래소 유통량 공시 내역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 기준 위믹스의 계획 유통량은 약 2억4600만개였지만, 당시 유통량은 약 3억1800만개로 약 7200만개가 많았습니다. 이에 따라 지난 10월 암호화폐 거래소 협의체 (DAXA, *닥사)는 위믹스를 거래 유의종목으로 지정하게 됩니다. 또한 투자자들에게 제 때 정확한 정보제공이 이루워지지 않은 점 또한 문제점으로 지적되었습니다.

*닥사는 업비트, 코인원, 비썸, 코빗, 고팍스의 국내 5대 거래소로 이루어진 협의체로서 지난 6월 가상자산 업계의 건전한 발전과 투자자 보호책 마련을 위해 설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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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믹스 사태

분석 결과, 유통량이 달랐던 가장 큰 이유는 위믹스 재단이 보유한 지갑에서 6850만개의 위믹스 토큰이 출금됐기 때문이었습니다. 이 중 3580만개의 위믹스가 탈중앙화금융(디파이) 서비스에서 대출을 위한 담보로 사용됐는데, 이때의 대출 규모는 200억원이 넘는 금액입니다. 문제의 핵심은 담보로 잡은 위믹스를 유통량으로 볼 수 있느냐의 여부인데...

닥사의 입장은, 투자자에게 사전 공지 없이 재단 지갑에서 위믹스가 빠져나간 것이므로 이는 유통량 공시 위반이라는 겁니다. 반면 위믹스 재단은 디파이에서 담보로 제공한 물량은 시장에 유통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입니다. 그런데 웃기는 건 상장폐지가 결정 나기 전 소명 기간동안 위믹스 재단은 담보 대출을 상환했고, 담보로 잡은 위믹스 물량은 재단 지갑으로 되돌려 유통량 회수조치를 했습니다. 사실상 이 부분은 해당 담보로 잡았던 위믹스 물량이 유통물량이라고 인정한 꼴이 됐죠. 이후 재단은 유통량이 원상복귀됐다고 주장했지만, 거래소는 거래 지원 종료라는 조치를 거두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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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믹스 사태

이번 사태를 단순한 유통량 공시 문제로만 보기만은 어려운 것이..

재단이 위믹스를 담보로 유동화를 시도하면서 투자자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일단 유동화 과정이 시장에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은데다가, 만약 위믹스 가격이 하락해 담보가 청산되면 그 물량이 시장에 유통될 여지가 있습니다 (이건 빼박 유통물량). 따라서 투자자 보호라는 닥사의 명분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앞서 설명드린 모든 위믹스 관련 사태들은 모두 '신뢰'의 문제로 귀결됩니다. 예고없던 대량 매도, 무슨 돈으로 했는지 모를 투자, 비밀스러운 대출 담보. 

이번 상장폐지 결정의 결과와는 무관하게 앞으로 위메이드가 어떻게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느냐에 따라 위믹스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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