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발표된 삼성전자 승진인사에서, 삼성전자 역사상 첫 여성 사장이 임명되었습니다. 지난 15년간 삼성전자 글로벌마케팅센터 부사장을 역임했던 이영희 사장이 그 주인공입니다. 적어도 삼성의 역사에서는 입지전적 인물로 평가될 이영희 사장이 밟아온 커리어에 대해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이영희 사장은 1964년 11월생으로, 연세대학교 영문학 학사를 거쳐 미국 노스웨스턴 대학교 대학원에서 광고마케팅학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졸업후 레오버넷코리아 광고담당자, 유니레버코리아 마케팅 매니저, SC존슨코리아 마케팅 디렉터 등을 역임했으며 주로 글로벌 기업의 마케팅 담당자로 활동했습니다. 이후 로레알코리아 약학병원 총괄이사로 재직하면서 경영에 참여할 기회를 얻었습니다. 2007년 삼성전자 임원으로 채용된 뒤 무선사업부의 휴대전화 마케팅을 담당했는데, 갤럭시 시리즈의 브랜드 정착과 성공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전무와 부사장으로 빠른 속도로 승진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지난 2012년 삼성전자 부사장으로 승진한 뒤 10년간 부사장으로 재직하면서 삼성전자의 브랜드 마케팅 전략을 총괄하며 사실상 최고마케팅책임자(CMO) 역할을 맡고 있었습니다. 이번 승진으로 인해 직무상으로는 DX부문 글로벌마케팅센터장에서 DX부문 글로벌마케팅본부장으로 승격됩니다.
이영희 사장은 삼성전자의 '갤럭시S 신화'를 만든 주요 인물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브랜드 마케팅 전문가로, 갤럭시노트7 단종 사태 극복과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브랜드 이미지 회복에 기여했다고 평가받습니다. 2013년 세계적인 경제지 포브스는 당시 이영희 부사장을 세계에서 두 번째로 영향력 있는 CMO로 선정하기도 꼽으며 "전자기술 기업으로 인정받은 삼성전자가 삼성전자의 소비자층을 명확하게 분석하고 소비자 중심의 마케팅 전략을 선보이며 등 각종 문화행사에서 마케팅을 주도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영희 사장은 삼성전자의 '기어S3' 등 웨어러블 기기 제품 발표를 주로 담당했습니다. 무선사업부장이 주로 담당하는 스마트폰 제품 출시 행사와 달리 생활과 더욱 밀접한 제품의 특성과 장점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역량을 인정받은 것으로 풀이됩니다. 소비자에게 생활에 더 가까운 제품 삼성전자의 모바일 기기가 점점 패션과 소비자의 실생활과 연관되면서 이영희의 '소비자 중심' 마케팅 철학이 더욱 주목받았다는 평가입니다. 이 사장은 여성 리더십 관련 강연 등 행사에 꾸준히 참석해 연설하고 있으며, 국내 대표 여성 임원들의 '롤모델'이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2015년에는 포브스코리아가 선정한 '유리천장을 뚫은 재계 파워우먼 25인'에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2017년 5월부터 무선사업부 마케팅팀장에 이어 글로벌마케팅센터장을 맡아 스마트폰·TV·냉장고·세탁기·공기청정기 등 삼성전자의 글로벌 마케팅을 총괄해왔습니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뿐 아니라 가전 등 다른 제품의 마케팅 전략까지 총괄하며 역할이 더 확대된 셈입니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과 가전사업의 목표를 '실제 소비자의 생활을 바꾸는 변화'라고 앞세우고 있는 만큼 기술 전문기업으로 꼽히던 삼성전자의 이미지를 소비자의 생활과 더 가깝고 친숙한 이미지로 바꿔내는 일도 중요했습니다. 가전사업 특성상 스마트폰과 달리 업체들 사이 경쟁이 더 치열한데다 마케팅과 광고가 소비자의 실제 구매 유도로 이어질 확률이 높고 한 종류의 가전을 구매한 소비자가 삼성전자의 다른 가전을 추가로 구매하도록 유도할 수 있는 여지도 크기 때문입니다. 또 삼성전자가 사물인터넷과 전장부품, 인공지능 스피커 등 주요 신사업에서 시장을 선점하려면 스마트폰사업을 통해 얻은 긍정적 브랜드 이미지를 적극 활용해 소비자들이 삼성전자 브랜드를 믿고 새로운 제품군을 구매할 수 있는 효과도 노려야만 했습니다. 이영희 사장은 글로벌마케팅센터장에 오른 뒤 "삼성전자가 인간적이고 감성적 브랜드로 거듭나 고객에 사랑 받는 브랜드로 한층 더 성장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삼성전자의 가전제품을 소개하는 행사에도 나서는 등 활발히 영역을 확대해왔습니다.
이번 인사를 두고 삼성전자는 "역량과 성과가 있는 여성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켜 여성 인재들에게 성장 비전을 제시하고 과감히 도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전했다고 합니다. 앞으로도 많은 여성 직원들의 활약과 도약을 기대해 봅니다.